‘더 라스트 워드(The Last Word, 2017)’는 죽음을 앞둔 노인의 이야기지만, 결코 무겁거나 침울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 영화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까’를 가볍고 유쾌하지만 진심 가득하게 보여주는 영화예요. 한 마디로, ‘삶을 정리하는 법’을 다룬 밝은 에세이 같은 작품이었어요.
1. 내가 죽은 후에도, 내가 나였다고 말해줘
· 은퇴한 광고계 여왕, 해리엇
주인공 해리엇은 완벽주의자예요. 성공한 광고회사를 이끌었던 커리어 우먼으로 모든 걸 계획하고 통제하려는 성격이에요. 그리고 이제, 죽음을 앞둔 그녀는 자신의 부고 기사도 스스로 쓰기로 해요.
· 부고 기자를 찾아간 이유
그녀는 지역신문 부고 담당 기자 앤에게 자기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해요.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부고라니? 처음엔 황당하지만, 해리엇의 말 한마디에 기자는 끌려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걸 제대로 정리해줄 사람은 나뿐이야.”
· 문제는, 그녀를 좋게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앤은 해리엇의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지만, 대부분은 그녀를 까칠하고 독선적인 사람으로 기억해요. 성공했지만 외로웠던 삶, 존경보다는 두려움을 줬던 커리어가 드러나죠. 해리엇은 그제야 지금까지의 인생이 조금은 아쉽고 부족했음을 깨닫게 돼요.
2. 인생을 다시 쓰는 건 늦지 않았다
· 부고 기사를 완성하기 위한 미션
해리엇은 앤과 함께 이른바 ‘좋은 부고를 위한 4가지 조건’을 채워나가요. 사랑받는 사람, 가족과의 유대, 다른 이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 그리고 남기는 무언가. 이 과정을 통해 그녀의 인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요.
· 한 소녀와의 만남, 그리고 변화
보육원 출신의 소녀 브렌다와의 만남은 해리엇에게 큰 전환점이 돼요. 브렌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처음으로 누군가를 따뜻하게 지켜보는 시선을 배워가요. 그녀는 타인을 ‘관리’하던 방식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죠.
· 기자 앤과의 우정
앤 역시 해리엇을 통해 자기 삶을 다시 돌아보게 돼요. 무기력했던 그녀가 점점 더 능동적이고, 자신 있는 사람이 되어가요. 두 사람의 티격태격 케미는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예요.
3. 삶이란, 지금이라도 다시 쓸 수 있는 이야기
· ‘괜찮은 삶’이란 뭘까?
해리엇은 ‘완벽하게 살았지만, 불완전한 삶’을 살아왔어요. 모든 걸 갖췄지만, 인간관계는 텅 비었고, 성공했지만 기쁨은 없었어요. 이 영화는 우리가 쌓는 커리어보다, 함께 나누는 기억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려줘요.
·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방식
우리는 결국 남은 사람들의 말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로 존재하죠. 그게 해리엇이 부고를 미리 쓰고 싶었던 이유예요. 살아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책임지고 마무리하고 싶었던 거죠.
·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메시지
이 영화가 좋았던 건,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걸 현실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나이와는 상관없이, 누구든 다시 삶을 쓸 수 있고, 그 끝엔 따뜻한 문장이 남을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졌어요.
결론: 삶의 마지막 문장을 내가 써야죠
‘더 라스트 워드(The Last Word)’는 ‘죽기 전에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살아 있는 동안, 어떤 삶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꿔줘요. 완벽하지 않아도, 남이 뭐라 해도,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정말 따뜻하게 남았어요. 결국,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부고를 매일 써 내려가는 중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